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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비상법 ‘아불류 시불류’     처음엔 욕인 줄 알았다. 그리고 소설인 줄 알았다. 그동안 봐았던 그의 초창기 소설인 ‘들개’부터 시작해서 ‘괴물’에 이르기까지 그의 독특한 상상력과 기행(奇行)을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 ‘아불류 시불류’는 세상에 던지는 육두문자 같은 늬앙스를 빙자한 유쾌하고 발랄한 그의 명상집이었다. 그가 툭툭 던져놓는 한 단락도 채 돼지 않는 300여 문장의 향연에 일주일 내내 이 책을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짧은 명상집을 왜 그렇게 오래 잡고 있었냐고? 그야 당연히 그 행간에, 책장 사이사이에 나도 명상해야 했으니까! 단어를 곱씹고, 문장을 잘근잘근 단내나도록 목구멍에 넘기고 나면 그제서야 한 장을 넘길 수 있었다. 아불류 시불류- 내가 흘러야 시간이 흐른다. 내가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시간도 고여 썩어날 것이다!   무엇이 푸르냐고 나에게 묻지 말라. 그대가 푸른 것이 곧 진실이다.   가끔 우리는 명사들에게 묻고 싶어 한다. 내 삶의 방향이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라고. 하지만 명사라 한들 어찌 알겠는가.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내가 살아온 삶의 정당성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부던한 무지의 노력은 익히 알겠으나 그것은 실은 자기 자신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은 까닭이다. 부지런함의 상실이요, 나태의 소산이다. 내가 살아온 삶의 행적과, 그 행적과 이어지는 내 삶의 방향은 전 세계 어느 명사라 할지라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 자신만이 해답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작가는 끊임없는 의문 속에 세상 속에 내가 휩쓸려 가고 있는 것인지, 내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힘들어 하는 많은 이들에게 해답을 쥐어 주지는 못해도 해답의 위치를 가르쳐 주고 있다. 그러한 자신도 한 문장을 쓰기 위해 다섯 번 이상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찾지 못했다고 고백할 만큼 그는 벌거벗은 명상을 하고 있었다. 해답의 위치는 멀리 있지 않았다. 그 해답을 원하는 자기 스스로에게 있다. 무엇이 푸르냐고 묻는 이에게 작가는 그대가 푸른 것이 진실이라고 답한다. 파랑새를 찾아 집을 떠난 남매가 갖은 고난을 겪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그곳에서 파랑새를 찾을 수 있었다는 어린 시절 동화책 속의 이야기는 아직도 어른들이 기억해야 할 진실이었던 것이다. 다른 무언가가 푸른 것이 아니다. 내가 푸르고, 그대가 푸르기 때문에 다른 무언가도 푸를 수 있다. 아직도 어깨를 움추린 채 진실을 갈구하는 당신, 사실은 그 반짝이는 진실이라는 거, 당신 안에 있다네...... 나는 이제 나를 더 자세히 쳐다보아야겠어. 무언가를 더 찾으려 다른 것을 봐도 도통 뭐가 뭔지 잘 모르겠거든. 나라는 사람이라도 더 잘 알고 아끼고 사랑해주어야지. 나 스스로도 나를 잘 모르면서 남을 비판하고, 남의 행적을 쫓았지 뭐야. 거울과 대면해야지. 그리고 악수를 해야겠어. 이렇게 내가 흐르다 보면 시간도 함께 흐르고 우리는 자라게 되겠지.   불확실한 미래, 불확실한 현실을 앞에 두고, 이 새벽까지 깨어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이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나도 한때는 그런 모습으로 살았던 적이 있으므로.   제2장인 ‘지구에는 음악이 있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것이다’에서 제일 마음에 남았던 구절이다. 새하얗게 밤을 수놓는 빌딩 숲의 창 너머로 젊은이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그림자의 한 형태는 나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기도 하다. 지난 주에도 나는 황금같은 주말 토요일을 그대로 지새웠다. 오전에 일어나 시작한 작업은 기어이 새로운 오전을 맞이하고 기절 같은 잠을 잘 때까지 계속 되었다. 중간에 내일할까 하는 마음에 한번 침대에 몸을 뉘였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는 그렇게도 시도때도 없이 쏟아져 민망한 순간이 많더라니만...... 초등학교 때에도 선생님께서 ‘이불 개라~’라고 깨울 때 쓰읍~하고 먹어지던 말간 침의 기억이 볼 한 자욱에 가득 하다. 말똥말똥한 정신이 도저히 잠들 기회를 주지 않을 거 같아 결국 이십여분을 뒤척이다 그냥 작업대에 섰다. 그렇게 지새운 날들의 밤이 내 미래가 되어줄 거라는 확신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다만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으리라는 믿음은 있는 것이다. 확신과 믿음의 사이, 그 사이에서 젊은이들의 이마에 구슬땀이 새겨진다. 나는 오늘 또 새로운 과제를 안고 도서관으로 향하며, 밤에는 숙소로 돌아와 컴퓨터와 씨름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잠을 잘 수 있겠지. 아, 가혹한 젊음의 아름다움이여. 시리도록 눈부신 젊음의 그 이름이여. 지구에 음악이 있기에 비가 내리듯이 너와 나의 눈부심이 하늘의 별을 수놓는 것일 게다. 확신할 순 없지만 믿을 수 있다.   시궁창 물에도 하늘은 비친다. 물속에 들어 있는 혼탁한 물질들이 문제지 물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탁월한 비상법이지 아니한가. 하늘을 날아오르려면 땅을 박차고 나가야 한다. 그러면 그동안 매여 있던 땅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기가 막힌 자기만의 생각 전환법이 필요한 것이다. 평소에 해 왔던 그저 그런 생각으로 어떻게 땅을 박차고 나가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겠는가. 땅을 박찼다가 다시 땅으로 코를 박고 말 것이다. 같은 사물이라도 다른 시각으로 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이야 말로 하늘로 날아올라 세상을 내려다보고, 내가 그 이상으로 흐를 수 있는 비법일 것이다. 시궁창 물은 누구나 더럽다고 생각하지만 물은 기실 그냥 물인 것이다. 사람들 간에 알 수 없는 계급을 매기고 선을 그어 놓았지만 사실 사람은 지나 내나 같은 사람인 것과 같은 이치이지 않을까. 그의 안에 들어 있는 물질들이 차이가 사람의 차이인 것처럼 색안경을 보는 세상에 돌을 던져, 시궁창 물에도 물결을 만들어 보자. 그러다 보면 시궁창 물에서도 맑게 솟아오르는 한두 방울의 물방울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시궁창 물의 진실일 수 있다. 나를 제대로 보았으면 이제 타자를 제대로 보고, 사물을 제대로 볼 차례다. 그 사람이 가진 배경이나 그 사람이 소유한 것들을 넘어서서 ‘그’를 볼 수 있으면 된 것이다. 자, 그럴 준비가 되었는가   담배 끊은 지 2년이 넘었는데 나를 만나면 담배를 좀 줄이라고 충언해주는 친지들이 많다. 내가 골초였던 기억을 미처 수정하지 못한 분들이다. 끊었습니다, 라고 말해도 믿지 않는다. 그들은 실재하는 이외수보다 자기가 만든 이외수를 더 신뢰한다.   이렇게 열심히 나를 보고, 타자를 보고, 사물을 달리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데 결국 타자의 시선에 묶여 있는 나를 발견할 때만큼의 허무만큼 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유쾌해 하라! 그 시선에 묶여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다. 그들의 믿음 속에 가둬놓은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 ‘나’라고 믿고 싶은 또다른 허상일 것이다. 나는 이제껏 이 책을 읽어왔던 것처럼 계속 열심히 ‘흘러’ 가면 되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내 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에도 역시 나를 제대로 알아주는 사랑하는 나의 또다른 자아인 타자를 향해서는 꼭 소리내어 전해야 한다.   당.신.을.사.랑.합.니.다.   라고.   정태련이 그리고, 이외수가 쓴 ‘아불류 시불류’는 이렇듯 이외수의 땅을 박차는 상념에 양념을 뿌리는 듯한 수채화 같은 정태련의 그림으로 완성되어 독자로 하여금 더 깊은 상념을 낱말들을 뽑아올린다. 흘러가는 나와 시간을 느끼며, 책을 덮었지만 팍팍한 시간의 틀 속에 갇힌 나를 느낄 때면 다시 손이 갈 것이다.  

이외수의 비상법, 我不流 時不流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하악하악 으로 60만 독자를 사로잡은 이외수 작가의 신작 에세이. ‘이외수의 비상법’ 아불류시불류 는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라는 작가의 글을 핵심적인 표현으로 정리한 제목으로, 그대가 그대 시간의 주인이다 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대가 그대 시간의 주인이다 무엇이 푸르냐고 나에게 묻지 말라. 그대가 푸른 것이 곧 진실이다. 당신의 과거가 당신의 현재를 만들고 당신의 현재가 당신의 미래를 만든다면 물처럼 살아갈 일이다. 낮은 곳으로만 낮은 곳으로만 흘러서 어제는 옹달샘이었다가 오늘은 실개천이 되고 오늘은 실개천이었다가 내일은 큰 바다가 되는, 물처럼 인생을 살아갈 일이다. 아불류 시불류 는 전작에서 호흡을 맞춘 화가 정태련이 ‘거대한 시간 속에 살아 숨쉬는 존재’를 주제로 한 세밀화 59점이 이외수 작가의 시적인 언어들과 어우러진 책으로, 시간에 좇겨 허둥지둥 매일을 보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세상의 중심은 오직 나에게 있고 자유자재로 시간을 운용하는 자만이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예술이란 서두르지 않는 데서 오는 안정감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신념이 같은 격조와 감성을 담은 글과 그림으로 녹아들어 있는 이 책은, 철저한 장인정신과 절제미,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들을 가득 담고 있어 지친 현대인의 삶에 휴식과 여유를 주는 청량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 관련 동영상 보러가기 클릭!

1장
처음으로 별을 오각뿔로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

2장
지구에는 음악이 있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것이다

3장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4장
시계가 깨진다고 시간까지 깨지는 것은 아니다

5장
겨우 여덟 음절의 말만으로도 온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