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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밤길

조르시 2024. 3. 3. 14:50


아욱국과 된장종지와 고추 세 개가 동그마니 놓인 저녁밥상이다. 수저를 들려다보니 문득 토마토밭 쪽에 뭔가 새뜩한 게 어른거린다. 나는 다시질퍽한 마당으로 급하게 내려섰다. 방울토마토가 딱 두 개 빨갛게 익어 있다. 빨간 방울토마토 두 개가 올라오니 적막한 저녁밥상에 꽃등 두 개가 켜진 것 같다. 빨간 방울토마토 두 개를 가운데 놓고 모녀는 드디어 한없이 느리기만 한 숟가락질을 시작했다. –p105, <명랑한 밤길> 절망도 희망도, 담담하게... 중고책방에 꽂혀있던 시절, 뭉터기로 구매했던 책 중에 <명랑한 밤길>이 포함되어 있었다. 김훈 작가였던가, 잘 기억은 안나지만 몇몇 작가들이 이 단편을 추천했던 것 같고나는 또 단편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이 책은 오랫동안 책장에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이 책을 펼쳐 들었다가, 깜짝 놀랐다. 너무 재미있고, 재미있다라는 표현이 미안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아파서. 이혼을 한 여인, 사별한 여인, 열등감에 시달리는 여인, 헛된 희망을 품는 여인, 그리고 드라마에 나오는 화목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가족들... 가난이나 절망을 다룬 소설들은 많지만, 이렇게 담담하게 그려낸 소설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우리를시험에 들게 하는인생과 맞서는 방식이란게,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는 않지 않은가. 희망이란 것도 알고보면 적막한 저녁밥상에 꽃등 두개 가 켜지듯 올려지는 빨간 방울토마토처럼 작은 것이지 않겠는가. 소설 속에채소와 과일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그 묘사도 훌륭하다 했더니 역시나작가는 한때 참외파는 소녀 였노라고 작가 소개에 나온다. 몸으로 글을 쓰는 작가의 글이라, 역시나 독자의 마음에 착착 달라붙는다.
진솔한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입담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표현해온 45살의 (2007년)중견작가 공선옥의 5년 만에 신작소설집. 그동안 다양한 여성성의 굴절을 섬세하면서도 여린 문체로 다뤄온 작가는 어둡고 거친 삶의 한가운데서 용솟음치는 삶의 기운을 묘사하는 의미 있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소설집에는 2006년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 에서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된 표제작 명랑한 밤길 외에도 11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명랑한 밤길 에는 치매에 걸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21살 간호조무사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녀는 병원에서 만난 꿈같은 연애를 잠깐이나마 경험하지만 남자는 끝내 그녀를 마다하며 냉정하게 등을 돌린다. 수록작 도넛과 토마토 에서는 이혼하고 야구르트를 배달하며 생계를 꾸리던 문희의 아픔이 배어나온다. 이렇듯 그녀의 소설에는 하나같이 어딘가 상처입은 존재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아픔을 드러내놓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갈 힘을 얻고 희망을 찾는다.

그녀의 소설집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낯익지만 일관된 주제의식을 견지하며 차가운 현실을 능청스럽게 비꼬는 서사 전략을 구사한다. 명랑한 밤길 은 현대인 누구나 받기 마련인 상처를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그 속에 희망을 담는 진일보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꽃 진 자리
영희는 언제 우는가
도넛과 토마토
아무도 모르는 가을
명랑한 밤길
빗속에서
언덕 너머 눈구름
바오는 달밤
79년의 아이
지독한 우정
폐경 전야
별이 총총한 언덕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우로

흰 뱀, 북서쪽 혼돈의 요신(妖神). 백야(白夜)…… 실로 위험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었다. 선명한 유황색 눈동자, 흐트러지듯 섬세하게 흐르는 흰빛 머리카락. 붉은 만월의 귀걸이가 미끈한 쇄골에 닿는다. 그는 진저리쳐지게 아름다웠다. 마치 최고의 장인이 가장 사악한 요괴에게 혼을 팔아 혼신을 다해 만들어낸 조각품처럼. 그렇게 아름다웠다. 그러나, 동시에…… 잔악했다. 어느 날, 세상의 한 축을 틀어쥐고 느른히 산 것을 내려다보던 그 북서쪽 흰 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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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배경 일러스트 교실역시 좀 뭐라해야할까.. 저한테는 밥로스의 참 쉽죠?같은 느낌이라.. 물론 저자분은 저자분 나름대로 열심히 최대한 쉽게 서술한거겠지만요,. 그대신 이 분 실력은 확실해서 잘 따라온다면 분명 실력향상에 도움이 될것입니다.일단 판타지라는 무대자체가 리얼하지 않고 마법이라던가 현실과는 약간 거리가있는 배경이다보니까 판타지를 그리고싶은데 그런 쪽에 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이면 꼭 사는게 좋겠어요.현실적인배경이라면 투시 맞춰서 현실에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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