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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결혼소식을 알린 한 사람의 배우자를 두고 ‘선한 얼굴’이라고 쓴 기사가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마구 떠올랐다. ‘선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선한 인상’도 아니고 얼굴만 보고 ‘선하다’고 결정해 버린다. 그럼 ‘악한’ 얼굴도 있나? 또 어떤 이는 인터뷰에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 보통 사람들의 삶이 부럽다’고 한다. 사실 유명세를 타는 사람들처럼 도드라져 보이지 않아서 평범한 것처럼 보일 뿐이지 그 누구도 평범하거나 똑같은 삶을 살지 않는다. 잘못 사용한 언어에 대해 말꼬리 잡는 게 아니다.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우리는 자신을 잃어버리고 돌올하게 솟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만을 좇으며 타인의 관심사에 휘둘린다. 천차만별의 생김새처럼 우리는 모두 다 다른 발자국을 찍으며 세상에 하나뿐인 삶을 살고 있다.
[오리는 오리 백조는 백조]는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다 특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1939년생으로 반짝이는 은빛머리칼을 지닌 지은이는 나긋나긋 부드럽게 자신의 인생사를 들려준다. ‘배운 것 없고, 아는 것 없고, 잘난 것 없다’는 겸손이 책 전체에 흐르면서도, 지은이의 마음을 담은 글은 단단하고 야무진 심지로 또렷하게 책을 밝히고 있다. 지은이는 프롤로그에서 특별하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가 그저 ‘어느 대목의 한 구절에서라도 미소를 띠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는데, 책표지만 봐도 미소가 절로 흘러나온다. 작가의 연출인지 평소 할머니의 스타일인지 알 수 없지만, 플립플랍을 신은 발에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채 수수한 한복을 입고 흔쾌한 웃음을 지으며 앉아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참으로 곱고 인상적이다.
우리는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공공연히 말들을 해대지만, 막상 나를 비롯해, 관계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나 삶에는 수도 없이 나이를 따지곤 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할 때 나이라는 그물에 스스로를 옭아매거나 상대를 옭아매서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하늘하늘 코스모스같은 지은이는 살풀이춤을 배우고 추면서 무한한 평화를 느낀다고 했다. 몸으로 하는 기도와 같은 춤을 자신의 방식대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자유롭게 추는 것을 좋아한다고도 했다.
“이 나이에 춤을 춘다면 누군가는 꽃 같은 시절 다 지나고 다 늙어서 무슨 춤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내 맘에 드는 내 춤을 추고 싶을 뿐. 춤은 젊을 때, 유연하고 아름다울 때 추는 거라거나, 뭔가를 배운다는 건 꼭 실용적으로 쓸데가 있어야 한다거나, 적어도 남들 앞에서 내보일만해야 한다는 생각 따위는 할 필요가 없어요. 세속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에 얽매이면 아무것도 못해요. 그것에서 벗어나야 조금이라도 자기 인생을 살 수 있어요.”
난 할머니들의 이야기, 글이 참 좋다. 틀니를 빼면 쪼그라들어 입 주변에 주름꽃이 피었던 내할머니가 생각나서이기도 하고, 밝고 깊은 눈으로 내가 보지 못하는 세상을 두런두런 들려주는 것이 좋아서이기도 하고, 미래의 나를 미리 보는 것 같기도 해서다. 윤정희 할머니는 가족이야기, 소소한 일상, 친구들과의 일화 등 생활에서 겪은 이야기와 그 속에서 느끼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담담하게 술회한다. 그 이야기들 속에 바라지만 지나치게 바라지 않고, 구하지만 지나치게 구하지 않는 그래서 분수를 알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백조가, 오리가 되라는 말이 배어있다.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자기를 바라보면서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어른의 따뜻한 지혜의 말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책이다.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저자가 ‘하고 싶은 말, 나누고 싶은 생각들을 아무런 전제도 제약도 없이 이야기해본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 하듯 쓴 에세이를 한 권으로 엮었다. 많은 것들을 너그러운 시선으로 보는 데에서 1939년생인 저자의 연륜이 묻어난다. 거기에 더해 그저 연륜으로만은 설명되지 않는 저자만의 독특한 삶의 태도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할머니가 되어서 참 좋고 편안했어요.’라는 고백이나, 자식들을 키운 후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혼자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공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독립한 생활 방식은 일견 평범하게 보이는 이야기 속에서 흡입력을 갖는다. 부드러운 구어체 속에서 독자들은 나이듦과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프롤로그
1 다정한 시간
삶의 순간순간이 곧 기도에요
밀려밀려 살지 말고 다져다져 살아야지
살아남의 자의 예술
꾸미는 사람, 가꾸는 사람
지워진 시절
아버지 뛰어넘기
조용한 투지로 밀고 가라
6월의 검은 옷
춤추라, 마음 가는 대로
2 오리는 오리 백조는 백조
시련 없는 축복은 없다
질러가도 내 인생, 더디 가도 내 인생
한계는 누가 정하는가
긍정의 힘, 어디에 쓰고 있나
답만 외우면 뭐해, 문제를 모르는데
통계는 내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국어 시간엔 산수 공부, 산수 시간엔 사회 공부
책 읽기 사람 읽기
겨울 정원
3 미워하는 마음 없이
꽃을 그리는 여러 가지 방법
최선의 교육
소소밀밀한 동양화처럼
빨강이 좋다는 말의 의미는…
사랑의 힘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른손이 하는 일은 오른손도 모르게
가만히 있는다는 것
진심의 대접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4 인생 논문
나의 독립
어른 노릇 사람 노릇
기성세대를 위한 변명
차원 없는 사회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능력
몸으로 배운 건 지지 않는다
소비하는 사회의 인문학
다르게 사는 사람
진심으로 고백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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