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세기별로 딱 끊어서 얘기하는 것이 정확한 구분은 아니겠지만, 시대를
이해하는 데는 아주 유용하다. 그런 기준으로 14, 15세기는
르네상스의 세기, 17세기는 과학혁명의 세기라 부른다. 그
세기를 관통하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중간에 16세기가 빠져 있다.
16세기는 별 다른 특징이 없는 세기였단 말인가?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과학의 탄생』(원제, 『자력과 중력의 발견』)에서 과학혁명, 특히 물리학의 혁명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추적했다. 물론
그 이전 시대부터 조망한 추적이었지만, 결말은 17세기였다. 그리고 그런 17세기의 과학혁명이 어떤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 조망하기 위해서 그는 16세기를 바라보게 되었다. 결론은
16세기는 저평가되었을 뿐, 아주 거대한 흐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흐름이었고, 문화적 변화였기에
‘문화혁명’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 스스로 하나의 가설이라고 쓰고는 있지만, 그가 제시하고 있는 방대한
증거를 따라가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6세기 문화혁명』에서는 17세기
과학혁명을 예견하는 16세기의 과학적, 문화적 흐름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하고 있다. 예술가, 외과의, 해부학과 식물학, 광산업과 야금술,
상업수학, 군사기술과 기계학, 천문학과 지리학, 그리고 언어. 그의 분석에서 이러한 분야에서의 변화는 17세기의 폭발적인 과학의 발전, 즉 과학혁명을 이루어질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17세기 과학혁명의 하부 토대만으로서가 아니라 그 시대의
것과는 분명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음도 지적하고 있다.
이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진 16세기 문화혁명을 특징짓는 것들은, 우선 기존의 엘리트 계층, 즉 귀족이나 성직자가 주축이 된 것이
아니라, 이른바 직인(職人)들의
활약이다. 책을 통해서 이론을 습득하고, 논리만을 익힌 이들이
아니라 현장에서 몸을 부대끼며 획득한 지식이 바탕이 된 것이다. 그들의 경험에 따라서 좀더 효율적이고, 편리한 기술을 고안하고 알린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그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도도한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기존의 지식에 구애 받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책들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지리학의 발견으로 과거의
지식이 틀렸다는 것도 증명되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발표할 수가 있었고, 또한 자신의 알고 있는 것도 틀릴 수 있다고 인정했다. 지식이 누적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공개’라는
흐름이다. 이전의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려 하지 않고, 비법으로 전수하려던 것(다 빈치도 다르지 않았다)과 비교하여 16세기의 직인들은 자신이 알고 체득한 것을 널리 알리려
했다. 그래서 그들은 속어(俗語), 즉 라틴어가 아닌 자신들의 국어, 혹은 지방어로 책을 썼다. 라틴어를 모르는 이들도 있었지만, 라틴어를 알고 있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라틴어가 아닌 속어로 책을 쓴 것이다. 따라서 16세기의 문화혁명은 반드시 언어혁명과 발을 맞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끝에는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그런 16세기 문화혁명에 이은 17세기 과학혁명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16세기의 문화혁명이 다수의
직인 계층에서 주도적으로 이뤄진 데 반해, 17세기에는 그 성과가 고스란히 엘리트 지식인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17세기 유럽의 과학혁명이 성공한 이유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한정과 외부(아마도 자연)에 대한 공격성을 들고 있는데, 이는 근대 과학의 모순을 잉태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내부적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한정하고 있는 데 반해서 그 성과를 외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실험실 차원에서 이루어질 때는 문제의 심각성이 도드라지지 않았지만, 과학에
기반을 둔 기술이 생산의 대규모화를 지향하면서는 그 문제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게 20세기 후반에 들면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우선 『과학의 탄생』에서 이미 알게 되었지만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지적 성실함은 대단하다. 조사의 꼼꼼함과 논리의 정합성은 그런 게 없다면 도저히 이뤄낼 수 없는 것이다. 다소 장황하게 이어지는 문헌 고찰은 통독하는 데 거추장스러울 수 있겠지만, 책에서
밝히고자 하는 바를 논리적으로 잇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건 자신이 이만큼 알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게 아니라, 이만큼을 생각하고 토론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이 필요하단 것이다. 또한 그가 마지막에 밝히고 있는 16세기 문화혁명과 17세기 과학혁명의 단절성에 따른 부작용,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문제점은 그게 어떤 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는 밝히지도 않고 있고, 당장 생각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지만,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하는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16세기는 과학혁명의 중요한 한 세기였다!
일반적으로 과학혁명은 천재들의 세기로 알려진 17세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이해에 의하면, 16세기는 르네상스와 17세기 과학혁명 사이에 끼어 있는 어정쩡한 시대로 인식되어 왔다. 16세기 문화혁명 은 종전의 학설에 이의를 제기하며 16세기야말로 과학사에서 중요한 때라고 주장한다. 16세기는 서구의 지식 세계에 커다란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변동은 직인 기술자, 예술가, 상인, 선원, 군인들에 의해 축적된 경험과 실천적 지식 그리고 대학 아카데미즘 내부에서 배양된 사변과 논증에 기초한 지식의 융합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책 제목이기도 한 16세기 문화혁명 이라고 명명한다. 근대 초기에는 기술기 과학보다 먼저였으며 지식의 세계에서 소외되었던 직인 기술자나 상인이 새로운 과학의 형성에 막대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 책은 과학의 발전을 서술하지만 기술의 발전을 중요하게 다룬다. 책을 쓴 저자인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자력과 중력의 발견 등으로 유명해진 재야 출신의 물리학자로, 이 책을 통해 또한번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서문 전체를 조망하다
제1장 예술가에서 시작되다
제2장 외과의의 대두와 외과학의 발전
제3장 해부학과 식물학의 도상 표현
제4장 광산업·야금술·시금법
제5장 상업수학과 16세기 수학혁명
제6장 군사기술혁명과 기계학·역학의 발흥
제7장 천문학, 지리학 그리고 연구의 조직화
제8장 16세기 후반의 잉글랜드
제9장 16세기 유럽의 언어혁명
제10장 16세기 문화혁명와 17세기 과학혁명
저자 후기
역자 후기
미주
참고문헌
인명 찾아보기
- Total
- Today
- Yesterday
- 눈물로 씨를 뿌린 사람들
- 스타일 : 1억원 고료 제 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 나의 일상에 너의 일상을 더해
- 네모네모 로직 Vol.14
- 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
- 초콜릿은 달콤하게 녹는다 1
- 한마디면 충분하다 + 팔지마라 사게하라
- 빼앗긴 학창시절
- 조선 갑부 흥보의 흥보은행 설립기
- 사야 할 집 팔아야 할 집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06
- [세트] 군림천하 (11~20권)
- 엄마 까투리 자연관찰 스티커북 - 숲속 동물
- 오리는 오리 백조는 백조
- 신화가 된 30인의 기업가
- 나의 달은 그림자가 없다 4
- 부자들의 아이디어
- 기본을 잡아주는 중등 영문법 3b
- 숨어사는 즐거움
- 4천만이 검색한 오늘의 술안주
- 부릉부릉 태엽 버스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
- 그리스인 이야기 2
- 연타 중학 영어 구문+독해 LEVEL 1
- 2017 Xistory 자이스토리 베스트기출 모의고사 국어영역
- 결혼 신학
- 여경옥의 명품 중국요리
- 예술 쫌 하는 어린이 세트
- 돈 되는 아파트 돈 안 되는 아파트 + 뉴스테이 시대
- 2017 시나공 ITQ OA Master (엑셀+한글+파워포인트 2010 사용자용)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